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중에 만시지탄(晩時之歎) 이란 것이 있죠.
이번에 대자보를 보고 이 표현이 떠올랐는데 비록 뒤늦은 조치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진즉에 이런 조치가
행해졌다면 지난 날의 소모적인 논쟁과 알게 모르게 받았을 수많은 상처들을 미연에 방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겠죠. 그 수면 아래에는 아직도 그 누군가에 의해서 저질러진 결과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몸부림과
울분, 분노, 상처가 있을테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될텐데...
이 대목에서 요즘 전 사회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이 오버랩되는군요.
제가 얼마전 처음 올린 글에서 상식이란 단어를 썼는데 오늘은 기본입니다. 사실 똑같은 뜻과 개념의 단어죠.
그만큼 중요하단 의미겠죠.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망각될 때를 대비해서 각종 규범과 규정이 있고 법이라는 강제수단이 있지만 그 이전에
각자의 양심이 있고 그 양심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핵심 포인트일진대 사실 저는 이곳 복지관에서 직원들로부터 '어르신' 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울 때,
미안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르신' 이 뭡니까?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것이 어르신인데 "과연 내가 그런 소릴 들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등등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혼한 남자들이 자기의 처를 '아내' 라고 부르지요. 순우리말은 '안해' 라고 합니다.
'집안(안)의 태양(해)' 이라는 뜻입니다. 어르신과 같은 맥락입니다. 더군다나 이 좋은 시설을 거의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늘
고마운데 직원들한테까지 섬김을 받고 있다보니 "내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저를 되돌아 볼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르신에 걸맞는 사고를 갖고 처신을 해야만이 직원들로부터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식이고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직원 여러분들은 지금 강성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고 이제서야 제자리에, 본래의 모습으로 선 것이니 주변에 개의치 마시고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응원할께요.
끝으로 특히 이런 훌륭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후원해주시는 개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누리는 것은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