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한모 시인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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